1. 2010년의 플러싱 — 번성하는 도시
이 시리즈는 2010년 뉴욕의 변두리 마을인 플러싱에서 촬영된 작업이다. 이곳은 맨하튼의 외곽지대로서 한인들이 모여 사는 집단 한인 거주 지역이며, 중국인, 이슬람 계열의 이주자들이 많이 모여 살고 있다. 2010년 당시 이 지역이 가지는 주변성에 주목하고, 그 곳에서 각국의 문화와 충돌하면서 살고 있는 교민들의 일상을 촬영하였다. 지금은 사라진 비디오 상 점과 만화방, 작은 시골 마을에 있을 법한 노래방 등 익숙하지만 이국적인 풍경들이 작업에 담겨 있다. 대도시 뉴욕에 90년대 한국이 녹아 있는 것 같은 시간적인 교차점들과, 문화 충돌로 인해 생기는 다국적 간판의 도시 파사드, 기차를 타고 도시 중심을 오가야 하는 교외의 성격들이 이 도시에 묻어 있다. 2010년의 플러싱은 한국인으로서는 정착형 이민자 도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2. 인천의 함박마을 — 진입하는 도시
인천의 주택 역사를 촬영하던 작업을 진행하던 중에 다세대 공동주택에 대한 관심으로 이 마을에 접근하게 되었다. 함박마을은 인천의 고려인 마을이다. 독립군의 후손이라고 하는 러시아계 동포들이 이 마을에 모여 살고 있는데, 원래는 고급 전원주택을 계획하였던 마을이 쇠퇴하며, 인근 공단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여 살게 되었다. 깔세(보증금 없는)를 받는 원룸 투룸 건물들을 배경으로 러시아 간판들과 한국어 간판들이 충돌한다. 이런 신생 외국인 도시의 모습은 아마도 90년대 미국에 정착했던 한국인들의 모습과 정서적으로 유사할 것이다. 거리를 배회하며 이 마을의 익숙하지만 이질적인 도시풍경들을 사진에 담았다. 대부분의 촬영한 주민들과는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말은 온전히 전달되지 않았지만 촬영과정 속에서 대도시를 살아가는 주변인으로서의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도시에서 각 나라로 진입하는 이주민들의 진입과정과 서울에서의 성공적인 삶을 꿈꾸는 사람들의 욕망, 변해가는 도시의 진화과정들을 볼 수 있었다.
3. 2022년의 플러싱 — 쇠퇴하는 도시
띠가 돌아오는 해, 12년 뒤인 2022년 다시 플러싱을 방문한다. 지금 이 곳은 도시 팽창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을 겪고 있다. 여전히 교외성을 가지고 있지만 새로운 빌딩들이 건설되고 있고, 중국 자본의 확장으로 메인 스트릿에서는 한국 간판을 찾아보기가 힘든 상황이 되었다. 다시 만나기 위해 노력했던 2010년의 사진 속 인물들을 촬영하는 과정들, 새로운 이주민들, 시간의 흐름으로 인해 쇠퇴하는 한인 타운의 모습들을 사진에 담았다.